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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10대 추정 사자(死者) 두 명!”
2일 오전 9시 10분,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 중심부에 위치한 12층 규모 아파트 ‘스카이빌라’ 붕괴 현장. 이날 수색 시작 10분 만에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서 굴착기로 콘크리트 더미를 헤집던 중국 청전구조대 소속 대원이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한 미얀마인이 이를 통역하자 구조 활동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순간, 한 여성이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내.. 멜론4월6일 . 내 아이들 같아요!” 이 건물에 인근 대학에 재학 중이던 딸 수나디(20)와 아들 아마디(15)가 함께 살았는데,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다른 중국 구조대원들과 미얀마인 자원봉사자들이 곧바로 잔해 사이를 확인할 내시경 카메라와 철근을 자를 화염방사기, 소독제 등을 짊어지고 잔해 위로 뛰어올라갔다.
무직자신용불량자대출 무더위 속에서 시신을 끄집어낼 공간을 확보하느라 사투를 벌인 지 1시간 50분이 지난 시각. 한 작업자가 다급하게 시신 수습 가방과 방수포를 준비했다. 오전 11시, 한 명이 먼저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여성의 아들 아마디가 맞았다. 내내 눈물을 참고 있던 엄마와 할머니는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토해냈다. 외국계대부업체 그는 기자에게 휴대폰 속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는지를 한참 설명한 뒤 이렇게 말했다. “미얀마뿐 아니라 다시는 어느 곳에도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알 수 있도록 꼭 자세히 전해주세요.”
한 미얀마 여 소득공제확대 성이 2일 만달레이 지진 구조 현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아들 아마디(왼쪽)의 생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달레이(미얀마)=허경주 특파원
아직 가족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남은 이들은 누군가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누군가는 부러운 얼굴로 이들을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다.
소상공인창업대출조건’기적’ 바라기 어려운 상황
이날 구조 작업이 진행된 스카이빌라는 지상 12층, 지하 2층 규모 아파트다. 400여 명 넘게 거주 중이었으나 지난달 28일 미얀마 만달레이 인근을 강타한 규모 7.7 강진으로 인해 절반가량 높이로 주저앉았다. 미얀마 군부는 90명이 실종됐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그 수가 적어도 200명은 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지진 이후 단일 건물로는 최대 희생자 수다.
이곳은 지진 발생 다음 날 구조대원이 도착하고 본격적인 수색 작업에 돌입하면서 외부인 입장이 제한됐다. 본보는 2일 오전 2시와 오전 9시, 두 차례 관계자의 허락을 얻고 한국 언론 중 처음으로 출입금지 테이프를 넘어 구조 현장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미얀마 강진으로 인해 12층에서 6층으로 주저앉은 만달레이 스카이빌라 붕괴 현장에서 2일 새벽 중국과 미얀마인으로 구성된 구조대원들이 희생자 수습에 나서고 있다. 만달레이(미얀마)=허경주 특파원
건물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철근과 콘크리트 조각으로 된 돌무더기만 솟아 있을 뿐이다. 휘어진 철근 사이로 한때 누군가 사용했을 매트리스와 베개, 신발, 옷가지 등이 보였다. 무너진 것은 건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었다.
잿빛 잔해 밑 어딘가 사람들이 갇혀있는 것은 분명한데, 작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돌무더기 위에서 중국 구조대원이 운전하는 굴착기가 이리저리 잔해를 헤집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건물에 다가갈수록 시신에서 풍기는 악취와 약품, 먼지 냄새가 40도를 웃도는 무더운 공기 속에 뒤섞여 폐부를 찔렀다. 마스크를 써도 소용없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31일 임신부와 다섯 살 아이가 매몰 60여 시간 만에 구조됐다. 그러나 더 이상 마법 같은 일은 없었다.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날 확률은 없을까. 현장에 있던 자원봉사자 남떠쪼(25)에게 묻자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제 작업 초점이 살아있는 사람을 구출하는 것에서 사망자를 수습하고 매장하는 쪽으로 옮겨지는 것 같다. 사실 잔해를 옮기기 위한 중장비와 시신 운반 가방이 턱없이 부족한데, 그나마 여기는 중국인과 부유한 사람들이 살던 곳이라 그런지 다른 붕괴 현장보다는 (수습) 상황이 더 나은 편이다.”
정부가 손 놓은 새 최소 5만 명 거리로
골든 타임(사고 발생 후 72시간 이내)은 지났다. 생존자가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졌다. 어쩌면, 이날 수나디 남매의 시신이라도 먼저 발견된 것은 그나마 행운이었다. 이날 한낮 기온은 섭씨 40도. 조만간 몬순(장마)도 예고돼 있다. 건물 잔해 안 시신은 더 빨리 부패할 터다.
만달레이 곳곳에는 초토화된 건물이 ‘죽음의 냄새’를 풍기며 붕괴된 채 고스란히 놓여있었다. ‘파괴된 건물이 많다’라기보다는 ‘파괴되지 않은 건물이 거의 없다’는 표현이 맞았다. 무너진 벽돌 조각들이 집 앞에 주차된 차는 물론 차도까지 쏟아졌지만, 이를 수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일 미얀마 만달레이 가정집들이 지난달 28일 강진으로 인해 무너져 있다. 만달레이(미얀마)=허경주 특파원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 구조대의 시선은 주로 자국민이 거주했거나 정부와 관련된 건물, 다수 희생자가 발생한 건물 등에 쏠린다. 일반 가정에서는 구조에 사용할 중장비를 구할 엄두도 못 내 맨손으로 잔해만 치울 뿐이다.
구조에 앞장서야 할 쿠데타 군부는 이미 정부 기능을 잃었다. 2일 만달레이 시내에서 본 군인들은 도로 곳곳을 다니며 삼엄하게 감시와 검문만 할 뿐, 구호 작업에는 나서지 않았다. 미얀마 국영방송 MRTV는 이번 지진으로 이날 기준 3,003명이 사망하고 4,51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나마 무너지지 않은 건물들도 반쯤 기울어 여기저기 위태롭게 서 있었다. 여진이 올 경우 집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에 시민들은 차라리 거리로 나섰다. 국제 기구는 이번 지진으로 만달레이와 인근 지역에서 최소 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미얀마 불교의 3대 성지이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황금사원 마하무니 파고다 앞 공원을 비롯해 도시 곳곳에는 대나무와 방수포로 얼기설기 만들거나 모기장으로 만든 ‘임시 천막’이 설치됐다. 이들이 지진 발생 엿새가 넘도록 거리에서 잠을 청하면서 깨끗한 물과 음식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시민들은 단 한 통의 깨끗한 물이라도 얻기 위해 몸싸움까지 불사한다.
2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시민들이 본보 취재 차량을 구호물품 지급 차량으로 착각하고 줄을 서 있다. 미얀마(만달레이)=허경주 특파원
이날 기자가 물품을 꺼내기 위해 잠시 차를 세워 트렁크를 열자 10초도 안 돼 거리에 앉아있던 시민 30여 명이 달려와 줄을 섰다. 물품 구호에 나섰다고 생각한 셈이다. 일부는 손을 뻗어 스스로 물건을 꺼냈고, 새치기를 하거나 다른 사람이 손에 쥔 물건을 빼앗아 달아나기도 했다.
만달레이(미얀마)=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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