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3일 차다. 풍물패를 앞세우고 경복궁을 출발한 게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생각된다. 강행군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이곳 안동시까지 누적 거리는 285km로 이제 도쿄까지 870여km를 남겨놓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한 발 한 발 쉬지 않고 걸어가면 목적지에 틀림없이 도착한다. 일본의 산과 들을 지나며 맞이할 봄 풍경과 다양한 들꽃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오늘은 걷기가 없고 하루 쉬어가는 날이다. 안동시에서 문화탐방 일정을 마련하고 버스를 제공해주었다. 통역은 오가타 게이코라 진술서 는 안동시 소속 여직원이다. 시청 직원과 결혼했다는데 남편이 안동김씨라며 자랑스러워한다. 하회마을의 고즈넉한 기와집 초가집 들판에 핀 홍매화를 보며 오랜만에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 풍산 류씨 대종택인 양진당 그리고 서애 류성룡의 충효당에도 들렀다. 일본 측 단원들의 질문들이 많았다. 수령 600년이 된 느티나무 삼신당 신목(神木)에 참배 포스코더?아파트 하고 제10회 조선통신사의 완보를 기원하는 글을 한지에 적어 울타리에 묶었다. 다음으로 들린 곳은 병산서원.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사립교육기관이다. 서애 류성룡 선생과 그의 제자이자 셋째 아들인 수암 류진을 종향한 서원이다. 점심에는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맛있어서 세 그릇이나 비웠다. 경상도가 전라도에 비해 음식 맛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많 실질이자율 이 달라졌다. 이번에 경상도 길을 걸으며 먹은 음식에 실망하지 않았다. 일본 측 단원들이 우리 음식을 좋아하며 우리의 식문화를 높게 평가한다. 일본 측 엔도 대장은 일본에 들어서면 다이어트를 할 각오를 하라고 늘 말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원래 소식을 하니 한국처럼 음식이 푸짐하지 않다. 점심은 일본 측 사무국에서 주는 돈으로 각자 편의점 lig손해보험우리캐피탈 에서 먹고 싶은 것을 구입해 가까운 공원이나 심지어 길에 앉아서 먹기도 한다. 오후에는 한국국학진흥원에 들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한국의 유교 책판’ 등을 둘러보고 조선조 명필 한호 한석봉 추사 김정희 퇴계 이황의 친필을 친견했다. 양측 단원들이 모두 의미 있는 일정이라고 하며 관심을 가지고 둘러 보았다. 여성 해설사의 훌륭한 해설 m포인트 주유 그리고 게이코의 통역도 완벽했다. 영상에서 보았던 ‘기록되지 않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대로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라’는 해설사의 말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경북 문경을 걷는 중에 서울까지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일본 대학생들과 만났다.
일본 측은 우리와 달리 SNS 단톡방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구두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연령들이 있으니 아날로그가 오히려 편한 모양이다. 충주시를 떠나 지난 일주일 동안 걸으며 보고 느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새재를 넘으며 영남 제 3관문에서 맞이한 설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일본 측 여성 단원 W가 들려준 일본의 보이스피싱의 실태는 심각했다. 은행이자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 집에 현금을 두는 고령자를 노려 강도들이 기승을 부린다고 했다. 문경초등학교 옆 청운각에도 들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3년간 이 학교 교사였을 때 살았던 초가 하숙집을 복원해 놓았다.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새벽 6시면 산에 올라 트럼펫을 불어 마을 사람들을 깨웠다고 했다. 대통령 서거 이틀 후 하숙집의 60년 된 살구나무에서 꽃이 피었다고 한다. 살구 꽃은 봄에 피는데. 나무가 슬픔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지방의 인력난이 심하다. 문경읍 숙소에서는 단원들이 방이 춥다고 해서 접수에 가보니 아르바이트 하는 외국인 근로자라 말이 통하지 않았다. 수안보에서는 마트에서 파란 눈의 우크라이나 여성이 일하고 있었다. 어느 시골 마을을 지나는데 아기의 출산을 축하한다는 대형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까지 간다는 후쿠오카에서 온 대학생들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어느 한국 단원이 그들을 격려하며 용돈을 주었다. 예천의 식당 주인 부부는 양측 단원들에게 화장품을 하나씩 선물했고 떠날 때는 부부가 함께 나와 격려 구호를 외쳐 주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단원들이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동요 ‘고향의 봄’을 일본 측이 부른 노래는 1960년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수 주간 1위를 했던 ‘위를 보고 걷자’였다. 제10회 조선통신사 단장 겸 정사 허남정(전 한일경제협회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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