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1-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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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였어."국민의힘 주류가 이런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 (1.25. 한 일간지 칼럼)"체포영장 집행 단계부터 금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1.22. 일간지 칼럼)"○○○ 원내대표가 금도를 넘었다." (1.21. 모 정당 수석대변인 논평)"극우세력의 금도를 넘어선 폭력으로 한국 사회가 중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1.20. 한 조간신문 사설)
최근 시국에 대한 언론·정당의 평가를 보다 보면 '금도'라는 말이 자주 눈에 띈다. 북한군이 쳐들어온 것도 아닌데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그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이 물리적으로 저지되고,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를 이유로 법원을 폭력으로 침탈한 폭동사태가 일어나는 등 헌법으로 대표되는 시민사회의 최소한 합의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 때문일 것 특별추천서 이다.
이같은 대통령과 그 옹호세력의 행태는 분명 '선을 넘은' 것이다. 한국사회의 금기(禁忌)를 범했고, 금칙(禁飭)을 무시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뜻의 '금도'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는 없다. 앞뒤 맥락상 '어기지 말아야 할, 금지돼야 할 기준·원칙' 정도의 뜻이라면 '禁度' 또는 '禁道' 정도로 써야 할 텐데, 그런 단 제1금융 대출 어는 사전에 수록돼 있지 않다.
국어사전에 실린 '금도'의 동음이의어는 다음 다섯 가지다.
금도(金桃) : 복숭아의 한 종류.금도(金途) : 돈을 변통하여 쓸 수 있는 연줄.금도(琴道) : 거문고에 대한 이론과 연주법을 통틀어 이르는 말금도(禁盜) : 도둑질을 금함.금도(襟度) :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
개인파산 기간추측하자면, 현재 언론·정당·시민사회나 (심지어는) 시사·정치'평론'가들이 쓰는 '금도'라는 말은 다섯 번째의 뜻, 즉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이라는 말이 본래의 뜻과 달리 유전(流轉)된 것으로 보인다.
금도(襟度)의 원뜻이 정확히 쓰인 사례는 우선 국어사전에 실린 용례로 '병사들은 장군의 장수다운 배포와 금도에 감격하 제일모직 합병 였다'라는 문장이 있고, 사전 밖에서도 90년대 중반까지는 원래의 용법대로 쓰인 경우가 발견된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 단어가 처음 쓰일 때 다섯 번째의 원뜻이 정확하게 쓰였지만 이후 특정 시점에서 '금기'나 '금칙'과 비슷한 뜻으로 오인·오용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1996년 1월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의 손학규 대변인 저금리대출상품 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겨냥해 낸 논평에서 "지도자로서의 덕과 금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속좁은 마음을 보인 데 대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1997년 6월 당시 박관용 신한국당 사무총장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 과열되자 각측 후보의 자제를 촉구하며 "각 주자 진영에서도 문제가 되는 경선 사례가 있다면 돌출행동을 하기에 앞서 당 경선관리위에 회부하는 금도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도쿄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 "상대가 나름대로 성의를 표시할 경우 금도를 갖고 대하는 게 바람직한 태도"라고 관용적 자세를 강조했다.
2000년 11월 <국민일보>는 당시 검찰총장 탄핵 파문과 관련해 야당인 한나라당의 태도를 비판하며 "야당도 원내 제1당으로서의 금도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면할 길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2001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김대중당시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나고 나면 '예의 없고 금도를 잃었다'고 할 것"이라고 뾰족한 답변을 했다.
물론 당시에도 이 단어를 '금기'와 혼동해 잘못 쓴 것 같은 사례는 무수히 많았으나, 2010년대 이후로는 맞게 쓴 사례는 찾을 수 없고 잘못 쓴 사례만 남아 있다는 점이 그때와 지금의 차이다.
금도의 '도(度)'는 말 그대로 도량(度量)을 뜻하며, '금(襟)'은 '옷깃'이라는 뜻이다. 옷깃은 우리 한복, 조선옷에서 목둘레에서부터 목 아래 가슴팍까지를 여미는 천이다. 양복에서라면 목둘레 칼라에서 셔츠 2~3번째 단추까지의 부분이다. 흔히 마음을 터놓고 진솔하게 대화한다는 뜻으로 '흉금(胸襟)을 터놓다'는 표현을 쓰는데, 말 그대로 가슴의 옷깃을 풀어헤치고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깃'이 없는 양복을 입는 오늘에도, 허심탄회하게 소주잔을 나누며 대화할 때는 넥타이를 풀고 단추를 한두 개 열어놓지 않는가.
즉 '금도'란 곧 이처럼 남의 생각을 열어놓고 듣는 태도, 도량, 포용력, 관용을 뜻한다. 정치에서라면, 나의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하더라도 이를 '틀린' 게 아닌 '다른' 것으로 인정하고 대화하려는 자세를 뜻할 것이다.
다만 관용이 분명 민주주의 정치의 토양이 되는 중요한 덕목이기는 하나, 그 대상이 무제한은 아니다.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소개한 고(故) 홍세화 선생은 "똘레랑스의 온화함은 앵똘레랑스에 대한 단호한 앵똘레랑스가 전제되어야 한다"(<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중)라고 지적했다.
즉 국정 혼란의 책임이 집권세력에 있는지 야당에 있는지, 법원의 판결이 옳은지 그른지 등은 마음을 열고 토론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정치적 이견을 무력·군사력으로 제압하겠다는 발상, 부정선거가 저질러졌다는 근거 없는 맹신, 사법제도에 대한 폭력적 공격에까지 관용을 보일 경우, 정치적 다양성의 토대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엄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1.19 서부지법 폭동사태는 그런 면에서 결코 '금도를 보여야' 할 일이 아니며, 헌정질서의 '금기를 어긴' 일로 우리 시민사회의 단호한 결의가 필요한 일로 보인다.
이런 시국상황에 대한 분노로 말미암아 '금도'의 의미를 잘못 쓴 사례들에 대해서는 설명절을 맞아 너그러이 선해하는 '금도를 보이자'고 감히 제안해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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