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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을 덮었을 때 나는 그의 환자가 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을 찾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한 권의 '새로운 책'이라 했다. 그 책 속의 이야기는 때로는 감동적이고, 슬프기도 했으며, 눈물 나도록 아름다웠다고 했다. 그를 만날 수 있다면 나도 감동적인 책 한 권이 될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위로가 있을까.
직업 상 사람을 만나 질문하고 답을 찾아 글로 옮기는 일을 해 왔다. 취재원의 성향과 이념, 직업, 가치관과 상관 없이 시의성 있는 이슈에 적합한 이를 찾아 독자에게 필요한 것만 묻고 답을 얻으면 그뿐. 나머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라 생각했다.
내가 후배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잘 묻기 위해서는 잘 인터넷도메인이름 관찰하고 잘 들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 상담사 예를 든다. 이들은 대뜸 "왜 그랬냐,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해야지!"라고 따져 묻지도 않고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경청하며 '왜', '누구와', '어떻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해석한다. 그리고 공감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로 눈을 맞춘다. 그럼 상 계약금액내대출 대는 '내 얘기를 잘 들어준다'는 생각에 마음 속 깊이 넣어둔 것마저 끄집어내 테이블 위로 꺼내놓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만났음에도 나는 그들이 될 수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을 이해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경청을 하지만 골라 들었고, 질문을 하지만 듣고 싶은 것만 물었다. 어떻게 보면 늘 이슈만 불나방처럼 쫓던 나는 여성무직자대출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피해자가 돼 있었다.
미국 전역 응급실에 정신과가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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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책 내용처럼 낙인과 편견이 도사리는 세상에서 숨통을 트기 위해서는 공감과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상대의 말에 귀를 귀울이고, 질문하고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 출판사 아몬드, 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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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누구나 예외 없이 사회적 굴레에 갇힌 채 방황하는 인간임을 생각할 때 툭 터넣고 목적과 이유를 잠시 묻어둔 채 편히 이야기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이것이 사회적으로 잘 지탱했을 때 각박한 삶을 언제나 벗어날 수 있는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깊어질 즈음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이라는 책을 알았고, 저자인 나종호를 알았다.
그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대학(서울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다 뒤늦게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 늦깎이 정신과 의사가 된 것. 지금은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로 있다. 그 사이 뉴욕의 여러 응급실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했다. 그런데 보통 응급실은 외상이나 내상 등 응급환자가 들 것에 실려오는 곳 아닌가. 그런데 정신과 의사라니.
사연을 들어보니 이렇다. 뉴욕뿐 아니라 미국 어디서든 자살 생각이 들거나 정신적인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병원 응급실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응급실 전체 환자 중 10%가 마음의 문제, 정신적인 질환으로 찾아오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순간, 다시 책 제목을 들여다 봤다.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이란 제목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럼 사람 도서관은 뭔가. 그는 책에서 수련 기간 중 내내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대상이 바로 좁은 진료소에서 마주한 환자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적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내 환자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그들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조현병, 조울증, 경계성 성격장애, 알코올 중독 같은 진단명 뒤에 숨은 그들의 이야기를 접한다면 조금이나마 편견을 걷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그는 이 책은 <사람 도서관> 서고 한 켠의 이야기라며 자신이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만난 환자 한 사람 사람은 새로운 책과 같다고 했다. 도서관 밖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이들을 책을 통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장을 만들어 서로의 삶을 알아가고,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아줄 수 있다면 세상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빛 때문이었다.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면 안 되는 이유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사라졌다. 적어도 의사와 환자 사이가 아닌,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 진료실 풍경이 아닌, 따뜻한 카페가 절로 그러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오마이뉴스에서 그를 검색했다. 역시, 기대한 대로 그가 2023년 11월 16일 올렸던 기사가 있었다. 미국 인기 드라마 <프렌즈>에서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배우 매튜 페리에 대한 기사였다.(관련기사: 배우 매튜 페리의 죽음과 미국을 덮친 '마약 진통제' 전염병, https://omn.kr/26dxt)
특히 내용 중에 이 부분이 마음 속 깊이 스며든다.
페리는 2022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십 년간 동료 배우들과 동고동락했던 <프렌즈> 종방 당시에도 자신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에 중독되어 있었던 그 당시, '나는 속으로 죽어 있었다(I was dead inside)'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부디 그의 죽음이 단순한 슬픔을 넘어 그가 자서전을 통해 주고 싶었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 진한 울림이 있길 바라본다. 그런 그는 이런 연유로 죽음, 특히 자살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로 완곡하게 표현해선 안 된다고 했다. 책 서문에도 그렇게 밝히고 있다.
그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브런치에 올려 당시 3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 후로도 전혀 바뀐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왜 그 단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검색해보니 에 출현해 이에 대해 밝힌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관련기사: '극단적 선택' 대신 '자살'이라 말해야 하는 이유 3가지. https://www.nocutnews.co.kr/news/5789619)
어떤 나라에서도, 또 어떤 연구에서도 자살 대신에 다른 완곡한 용어를 사용하는 게 자살을 줄이거나 예방한다는 근거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독일이나 어떤 나라든 지금 다 중립적인 용어, 자살을 자살로 부르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이게 사망한 사람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에게도 낙인이 되기 때문이에요.
유가족들이 실제로 연구결과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사랑하는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라고 묻는 거라고 해요. 그러니까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힘든 유족들한테 또 다른 죄책감을 주고 상처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중략) 보도 원칙 중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게 자살을 마치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하나의 가능성처럼 보도하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는 그 용어 자체에 자살이 마치 힘든 상황에서 선택지의 하나인 것을 이미 말 그대로 내포하고 있잖아요.
▲ 자살보도 권고기준 3.0.?2018년 7월 기준으로 발표된 사항이며, 권고기준이 9개에서 5개로 줄어든 것이 특징이다. 내용을 보면 '자살'이라는 말을 쓰지 않도록 돼 있다.
ⓒ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이번에 개정된 준칙에서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자살을 자칫 '선택' 사항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보건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한국기자협회
자료를 급히 다시 찾아봤다. 인터뷰했던 2022년 당시 <자살예방 보도준칙 3.0>에는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 표현을 피해야 한다고만 나와 있었다. 하지만 올 2024년 개정된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에서는 관련 기사를 최대한 자제하되 보도해야 할 경우는 제목에 '사망하다' 도는 '숨지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되, 마치 자살을 선택 사항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극단적 선택' 용어를 쓰지 않도록 했다. 이 정도도 나종호 교수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이 책은 나종호 교수가 자신을 찾은 환자들과 나눈 실제 이야기 사례를 정리한 글이다. 특히 제2절의 '공감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부분 중 '공감과 동정, 그 사이 어딘가'라는 부분은 내 스스로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부분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그들과 나는 다른 세상에 사는 것이 아닌 이 순간에도 함께 어우러져 사는 동료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리고 수시로 봉착하는 삶의 문제와 무게가 결국 사람을 향한 오해와 낙인, 혐오에서 온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 켜켜히 쌓인 오해만 걷어내도 이 세상은 조금은 살만 하지 않을까. 그만큼 나를 더 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고.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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