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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기자]
▲ 메타세쿼이아?김포시청앞 도로 양옆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
ⓒ 강지영
개인사업자신용대출 겨울 한낮, 산책길에 나섰다. 시청 앞까지 가는 길 양옆에 도열한 메타세쿼이아가 오늘따라 더 높아 보인다. 잎을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겨울치고는 드물게 맑은 하늘도 보인다. 큰 도로 옆에 있는 건물이 6층 7층이나 되는데, 그 건물 높이까지 닿는다. 참 잘도 자랐다. 그런데 이게 뭔가. 나무 옆에 쌓아놓은 쓰레기더미와 담배꽁초 게다가 동물의 창업지원센터 배설물까지. 개의 배설물로 추정된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블록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쓰레기를 나무 가까이에 버려서야 되겠는가. 인간과 AI와의 대결을 그린 영화 <매트릭스>에서 기계 요원 스미스가 인간 지도자격인 모피어스를 인질로 잡았다. 그러고는 의미 있는 대사를 뱉어낸다.
"이곳에 있는 동안 씨티은행 대출상담사 깨닫게 된 사실이 있어. 너희들 인간 종족을 분류하다가 영감을 얻었지. 너희는 포유류가 아니었어.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들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데 인간들은 안 그래. 한 지역에서 번식을 하고 모든 자연자원을 소모해 버리지. 너희들의 유일한 생존방식은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거야. 이 지구에는 그와 똑같은 방식을 따르는 유기체가 하나 더 있어. 부산후순위대출 그게 뭔지 아나? 바로 '바이러스'야. 인간이란 존재는 질병이야. 지구의 암이지."
지구(자연)와 불화하는 인간 세상의 병폐를 꼬집는 말로 들린다. 기계 요원의 일갈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서브프라임동영상
▲ ?버려진 양심
ⓒ 강지영
답답한 마음을 다잡고 걸었다. 자주 찾는 공원에 다다랐다. 작은 연못이 있어 더욱 운치가 있는 곳이다. 연못에 있던 연꽃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연못에서 자태를 뽐내던 원앙과 흰뺨검둥오리도 찾아볼 수가 없다.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간 게 분명하다. 며칠 전 내린 눈은 이미 연못이 품어버려 흔적도 없다.
공원에 있던 나무들은 잎과 열매를 떨어뜨려서 무슨 나무인지도 모르겠다. 나무 전문가는 나무껍질의 모양 색깔 질감 등으로도 나무 이름을 알아본다는데 나 같은 보통 사람은 어려운 일이다. 일반인은 잎이나 꽃 또는 열매로 나무 이름을 안다. 겨울에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지금 같은 한겨울에는 나무 아래 꽂아놓은 팻말을 봐야 안다. 갈참나무 산딸나무 산사나무 졸참나무 팥배나무 그리고 팽나무. 모두 다 '겨울나무'이다. 오, 나무의 평등이여!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우선, 나무는 이름부터 순하다. 나무! 발음하기도 좋고 쓰기도 쉽다. 예전에 한글을 가르치는데, 어린 학생은 '가'와 '나'를 가장 빨리 습득했다. 받침도 없으니 얼마나 쉬운가. 나무라는 이름을 누가 붙였는지 참 잘도 지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계절을 담은 풍경을 그리라고 하면 희한하게도 나무를 꼭 그린다. 상상 속의 풍경에도 나무가 꼭 자리한다. 나무를 그리는 아이들의 작은 손이 참 고왔다. 그림뿐인가. 사진을 찍어도 그렇다. 인물의 배경에 나무 한 그루, 화초 한 포기 정도만 들어 있어도 사진의 분위기가 확 살지 않는가. 이외에도 나무를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나무는 소박하다. 탐욕적이지 않다.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산다. 물, 햇빛, 공기, 그리고 흙만 있으면 된다. 그에 비해 인간이나 동물은 다른 무언가의 생명을 빼앗아 먹어야만 산다. 동물은 먹이를 찾아 장소를 이동해야 한다. 식물은 그렇지 않다. 씨가 떨어진 장소에서 소박하게 산다. 자생하는 나무든 사람이 심은 나무든, 나무는 먹이를 찾아 이동하지 않는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산다.
나무는 긍정적이다. 여름이 되어 무성하게 자라다가 가을이 되면, 다음 해를 기약하고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날 채비를 한다. 슬퍼하지 않는다. 떨어진 잎은 나무에게 거름이 된다. 겨울을 난 나무는 다음 해에 싹을 틔우고, 열심히 물을 빨아들이고 햇빛을 받아 영양분을 만들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이러한 순환과정을 거치면서 이별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나무는 다음 해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겨울눈을 만들어낸다. 앙상해 보이는 메말라 보이는 나뭇가지 끝에서 겨울눈은 생명을 품고 있다. 그래서 겨울눈은 희망이다. 희망을 가진 것은 늘 긍정적이다.
나무는 베풀 줄도 안다. 햇빛을 찾아 줄기를 타러 오는 담쟁이를 위해 곁을 내준다. 벌레에게 잎도 내준다. 나무 꼭대기에 새들이 집을 지어도 된다. 심지어는 새들이 나무를 쪼아 집을 지어도 놔둔다. 열매를 만들어 새에게 사람에게 베푼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책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전에 우리 농촌이나 산촌에서는 나무를 땔감으로 썼다. 때로는 솔잎이나 나뭇잎을 갈퀴로 긁어와서 불쏘시개로 삼았다. 자연에게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그러니 우리 인간은 자연에 겸손해야 한다.
▲ 나무, 겨울나무?경기도 김포장릉
ⓒ 강지영
나무, 그중에도 겨울나무를 좋아한다. 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는 전라(全裸) 상태인데 그걸 바라보는 게 좋다. 그렇다고 내가 야한 취향은 아니다. 하늘 향해 거침없이 쭉쭉 뻗어있는 나뭇가지에서 나는 '자유'를 느낀다. 아, 나무의 자유여! 나목(裸木)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기가 어떤 나무인지 굳이 밝히지 않는다. 잎과 열매로 치장하지 않는다. 거추장스러운 것 없이 나무 본연의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다가오는 바람은 가지 사이로 내보내고 내리쬐는 햇빛도 그대로 지나가게 내버려 둔다.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서 있다. 그래, 겨울나무처럼 살자. 복잡한 것 떨어내고 살자. 중요한 것만 생각하며 살아도 짧은 인생이다. 군더더기 없이 살자. 남과 비교하지 말고 살자. 남 눈치 보지 말자.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나은 나로.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나로 살자. 따지고 보면 더 나은 나로 살지 않으면 어떤가. 그날이 그날이면 또 어떤가. 겨울나무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나무, 겨울나무는 한겨울 눈이 내려도 세찬 바람이 불어도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뿌리는 땅속 깊이 파고들 것이다. 신경림의 시 '갈대'가 떠오른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중략)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갈대를 흔든 것은 바람도 달빛도 아니었다. 갈대를 흔든 것은 자신의 속울음이었다. 갈대는 달빛을 받으며 불면의 밤을 보냈을 것이다. 살면서 느끼는 내면의 고통을 속울음으로 삼키고 희망으로 승화시키려는 강인한 삶의 자세를 표현한 절창이다. 그런데 겨울나무는 갈대처럼 잘 흔들리지도 않는다. 의연하고 강인하다.
스티브 매그니스가 쓴 책, <강인함의 힘>에 기대어 보면,
"진정으로 강인한 사람은 불편함과 괴로움을 피해 도망치지 않고, 몸으로 겪는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찬찬히 들여다보고 대책을 모색한다. 그리고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괴로움을 헤치고 나간다. 어려운 문제를 처리하며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강인한 사람이다."
라고 하였다.
진정으로 강인한 것, 바로 나무! 그것도 겨울나무가 아니겠는가. 새해가 시작되는 이 겨울에 나는 겨울나무를 닮고자 한다. 겨울에 태어난 나와 겨울나무는 깊은 인연이 있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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