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삼화 의 일인. 무엇보다 그녀를 유명하게 한 것은 그녀의 검법 때문이었다. 황금성대 한성장의 한계를 벗어난 폭발적인 위력을 가진 검법. 어쩌면 검후의 위치에 가장 가까이 접급한 이가 바로 그녀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공공 황금성대 연히 나돌고 있을 정도였다. 황금성대 단사유의 입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드디어 만났군." 황금성대 눈앞에 그녀가 있었다. 스승의 딸이. 황금성대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여인 중의 한 명이. 황금성대 * * * 황금성대 그녀는 옥영단에서 부단주를 맡고 있었다. 그녀는 단주를 맡아도 될 만한 실력을 가졌다. 그녀의 실력은 능히 황금성대 철무린과 자웅을 결할 만했으니까. 그런데도 그녀가 부단주만으로 만 족한 것은 그녀가 한성장이라는 아주 조그만 문파 출신이기 때문이다. 황금성대 사자맹의 소맹주와 한성장 출신의 한상아는 배경에서 어마어마한 황금성대 차이가 났다. 그렇기에 사실 그녀가 부단주를 맡은 것도 엄청나게 파 격적인 일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젊은 기재들 중 그 누구도 그녀보다 황금성대 떨어지는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황금성대 아무런 배경 없이도 부단주를 맡았다는 사실이 그녀가 얼마나 고강 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황금성대 한상아는 사람들을 헤치고 만적상을 향해 다가왔다. 그녀가 다가오 자 사람들이 길을 열어 줬다. 황금성대 "한상아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빙화라는 과분한 별호를 갖고 있습 황금성대 니다. 명성이 자자한 전왕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 갑습니다. 단사유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황금성대 단사유는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했 황금성대 다. 눈앞에 그녀가 있었다. 황금성대 자신의 일생에 후회가 없다던 스승이 세상에 남겨 놓은 마지막 미련 이. 황금성대 단사유의 눈동자는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바 황금성대 라보는 한상아의 시선에는 어떠한 떨림도 없었다. 마치 한 떨기 얼음 꽃처럼 감정의 변화가 없는 여인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빙화라고 불리 황금성대 는 것이다. 황금성대 "허허허! 천하의 전왕도 빙화의 아름다움에는 넋을 잃는구나." 만적상의 호탕한 웃음이 울려 퍼졌다. 황금성대 사정을 모르는 그로서는 단사유가 한상아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어림짐작하는 것이다. 황금성대 단사유는 뭐라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굳이 그가 만적상에게 황금성대 자신의 사정을 말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좋은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황금성대 지금은 그녀를 본 것만으로 충분했다. 황금성대 고집스럽게 올라간 그녀의 눈매가 스승인 한무백을 떠올리게 했다. 오랜만에 가슴이 떨렸다. 황금성대 만적상의 농담에도 한상아의 얼굴에는 전혀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 녀는 단사유와 만적상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 황금성대 갔다. 황금성대 "하하하! 이렇게 좋은 날 술 한잔 안 할 수 없지. 이들은 좀 더 수련 을 하게 내버려두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세나. 마침 좋은 술이 들어 황금성대 왔다네." 황금성대 만적상이 단사유의 어깨를 두들기며 호탕하게 웃었다. 단사유는 그 에게 조용한 웃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여전히 한상아 황금성대 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황금성대 '스승님을 닮았구나 그 고집스런 뒷모습은...' 다른 사람들은 알수 없었을 테지만 단사유만큼은 똑똑히 알 수 있었 황금성대 다. 꾸욱! 황금성대 단사유는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주먹을 쥐었다. 굵은 힘줄이 도드라져 나왔다. 황금성대 그는 만적상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황금성대 옥영단 무인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그중에는 한상아의 시선 도 존재했다.
황금성대 막고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으음! 벌써부터 이런다면 우리 행렬도 위험할지 모르겠군.” 황금성대 본래 표국이야 전쟁과 상관없는 곳이었으나 표물 자체가 모용세가로 황금성대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대력보에서 보급을 끊는 차원에서 철마 표국을 습격할지도 몰랐다. 황금성대 “어쩔 수 없구나. 좀 느긋하게 가려했건만 서두르는 수밖에. 모두들 황금성대 경계를 철저히 하고 각오를 단단히 해라. 오늘 안으로 심양에 들어 갈 것이다. 고된 일정이 되더라도 참도록.” 황금성대 “옛!” 황금성대 표두들과 표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황금성대 막준후가 단사유에게 말했다. “자네도 어서 마차에 타게나. 이제부터는 쉬지 않고 달릴 걸세.” 황금성대 “알겠습니다.” 황금성대 단사유는 대답을 하면서도 시신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히 넘어갔지만 단사유는 낭인들을 그냥 허투로 넘 황금성대 길 수 없었다. 황금성대 ‘고려······인.’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분명히 고려의 복식이었다. 비록 낡고 헤졌지 황금성대 만 분명히 고려인들이 입는 복식이 분명했다. 고려인들은 이곳 요녕 성에 정착해서도 쉽게 자신들이 입는 옷을 버리지 않았다. 비록 몸은 황금성대 이국에 있지만 항상 고국을 그리워해 고려의 복식을 그대로 입는 경 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황금성대 ‘먹고살기 위해 이국땅까지 흘러들어온 것인가? 낭인이라니··· 황금성대 그 정도로 어려웠던 것인가?’ 어지러운 시대였다. 그래도 대륙이 명에 의해 안정을 찾고 있는 것과 황금성대 달리 그들의 고국은 너무나 혼란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국경 을 넘어 먹고 살기 위해 험한 일에 몸담았다. 아마 저들도 마찬가지 황금성대 였을 것이다. 황금성대 없는 자들이 가장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자신의 몸을 파는 것 그들 은 먹고살기 위해 낭인이 된 것이다. 황금성대 그들의 부릅떠진 두 눈이 살아서 단사유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황금성대 복마전-2 황금성대 철마표국의 행렬이 빨라졌다. 쟁자수를 제외한 표두와 표사 모두가 무공을 익힌 사람들이었지만 만 황금성대 약 대력보의 무사들과 싸움이 벌어지게 되면 제 한 몸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때문에 철마표국 사람들 사 황금성대 이에서는 한줄기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황금성대 단사유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무림에 몸을 담고 칼을 업으로 살아가지만 목숨을 걸고 싸워야 황금성대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운이 좋으면 적을 죽이고 살아남겠지만 운이 나쁘면 바닥에 시체로 나뒹구는 사람이 황금성대 자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다. 단 남들보다 강하다면 조금 더 늦출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칼을 업 황금성대 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운명이었다. 황금성대 단사유는 철마표국의 표두들 중 제일 연장자인 좌문기가 호위하고 있 는 마차에 옮겨 탔다. 황금성대 “좌대협.” “무슨 일이오? 단소협.” 황금성대 “아까 낭인들 말인데요. 요녕에는 저런 낭인들이 많습니까?” 황금성대 단사유의 물음에 좌문기가 뜻밖이라는 듯이 바라봤다. 그러나 그는 이내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황금성대 “그들의 시신에 많이 놀랐던 모양이구려. 하긴 그럴 만도 할 거요. 우리 같은 사람들도 저리 많은 시신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니 황금성대 까. 요녕성에는 다른 성과 달리 많은 낭인들이 존재하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황금성대 “당연한 일이라니요?” 황금성대 “이곳은 변방이오. 이곳에는 중원인 뿐 아니라 고려와 여진족 그리 고 각 부족민들이 특히 많이 산재하는 곳이오. 혈통도 얼굴도 다른
인연 때문인 것을...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 황금성대 도 나의 나머지 삶은 이 아이를 정상으로 돌리는 데 모두 써야 할 것이 다. 그렇지 않으면 장차 천하에 큰 화가 될 것이다.' 황금성대 그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장내를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아직 도 치열한 설전이 오가고 있었다. 황금성대 이제 장내의 비방전은 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황보군악 등은 가만히 있는데도 사람들이 나서서 서로의 입장을 비방하며 독설을 내뱉고 있 황금성대 는 것이다. 그것은 미처 황보군악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조차 도 이렇듯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번질 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황금성대 하나 어찌 보면 이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황금성대 권력의 속성이란 마약과 같아 한번 맛본 자는 결코 빠져나갈 수 없 었다. 철무련의 해산이 자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계산한 이들은 나름 황금성대 의 속셈을 가지고 발언을 했다. 황금성대 황보군악의 표정이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 황금성대 갈영휘가 연설을 할 때까지도 그의 의도는 통했다. 하나 진무위가 생 각지도 못하게 단사유의 존재를 거론하면서부터 다른 이들이 논쟁에 황금성대 참여했다. 황금성대 그 자신이 가장 큰 무기로 내세운 것이 도덕성이었는데 오히려 단 사유에 의해서 오룡맹의 도덕성이 훼손된 일이 거론된 것이다. 단사유 황금성대 가 거론된다면 언제나 도덕성에서 명분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 오룡 맹이었다. 황금성대 '우선 그자에 대한 처분을 확실히 하는 것이 좋겠군. 그래야 일이 황금성대 수월해지겠어.' 그래서 단사유를 지하 뇌옥에 가둔 채 살려 두지 않았던가? 바로 이 황금성대 런 순간을 위해서... 황금성대 그의 입가에 남들은 알아볼 수 없는 섬뜩한 미소가 걸렸다. 온화한 가면의 얼굴 뒤에 숨겨진 본성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 것이다. 하나 그 황금성대 는 이내 얼굴을 수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금성대 저잣거리나 다름없이 고성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그 누구도 그를 주 시하지 않았다. 황금성대 황보군악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입을 열었 다. 황금성대 "갈(喝)-!" 황금성대 쿠르르! 황보군악의 목소리에 장내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리 크게 말한 황금성대 것 같지도 않은데 장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황금성대 "크으!" "음!" 황금성대 군웅들의 안색이 변했다. 황보군악의 목소리는 고막을 통하여 그들 의 뇌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균형을 잡지 못해 황금성대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타격을 받지 않은 이들은 운엽자와 철무성을 비 롯한 몇몇 소수의 무인에 불과했다. 황금성대 이곳에 모인 무인들 중 일방의 패주가 아닌 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황금성대 모두 황보군악의 외침에 막대한 심령의 타격을 받았다. 그야말로 엄청 난 공력이었다. 황금성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황보군악을 바라봤다. 그들의 얼굴은 어느 새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황금성대 그제야 황보군악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황금성대 "여러 영웅 제위들은 잠시만 언쟁을 멈추고 나를 주목해 주길 바라 오." 황금성대 사람들의 시선이 황보군악에게 모아졌다. 황금성대 "대군웅회의에 앞서 전왕과의 일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구려. 이 일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대군웅회의를 지속하기 힘들 것 같으니 우선 황금성대 이 일부터 해결해야겠구려. 미안하외다 이것은 본인의 불찰이외다." "......" 황금성대 "여러 군웅 제위들이 전왕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실상은 강호에 알 황금성대 려진 바와는 다른 사실들이 많소이다. 허나 이 몸이 아무리 옳다고 말 해도 여러분들이 직접 확인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래서 황금성대 내 전왕을 특별히 모셔 두었소. 오늘
내공이 조심스럽게 죽 황금성대 소의 몸으로 흘러들어 갔다. 운기하는 주유성의 얼굴에 난처함이 떠올랐다. 황금성대 '쳇! 예전에 발작했을 때 그 치료를 잘못한 건가? 혈도가 정상보다 더 약하네. 어쩌면 독의 영향으로 몸이 약해져서일 지도. 그나저나 이래서는 기를 강하게 몰 수 없잖아.' 황금성대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골수 깊이 파고들어 간 독은 죽소의 중추신경계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는 꾸준히 기를 돌 황금성대 려 독을 씻어냈다. 일각을 그렇게 하고 나서야 주유성이 한숨을 몰아쉬며 눈 황금성대 을 떴다. 그리고 죽소의 손끝에 상처를 내서 독을 빼냈다. 추월이 반색을 했다. "공자님 죽소 언니는 산 거예요?" 황금성대 주유성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아니다. 독이 너무 깊이 들어가서 내공의 힘으로는 황금성대 다 제거할 수가 없다. 당장 응급처치만 했을 뿐이야. 해독제 를 복용하지 않으면 하루도 넘기기 힘들어." 황금성대 추월이 울상을 지었다. "흐윽. 그럼 죽소 언니 죽어요?" 주유성이 추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황금성대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죽도록 놔둘 수는 없지." 황금성대 자신의 무공으로 살릴 수 없는 사람을 눈앞에서 본 후 주 유성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에라. 설마 내가 죽겠어? 내가 이래 봬도 신동 소리 듣고 황금성대 자란 놈이라고.' 황금성대 독곡의 곡주는 주유성에 대한 처리 방안에 대한 회의를 잠 시 그만두고 머리를 식히고 있었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회의였다. 황금성대 그리고 시원한 물을 마시며 쉬고 있는 그에게 주유성이 찾 아왔다. 황금성대 "그래 주 공자가 무슨 일이신지?" "죽소라고 여기서 시녀로 일하는 아가씨가 한 명 있거든 요? 그 아가씨가 아파요. 만성혈천지독이래요." 황금성대 "허. 그런 일이 있나. 걱정 마시게. 장로들 중에 한 명이 찾아가서 해독해 줄 걸세. 아니면 주 공자가 직접 해도 되잖 황금성대 는가." 곡주가 주유성을 대하는 어투는 이제 거의 평어와 큰 차이 가 없었다. 황금성대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재발한 거래요." 곡주가 멈칫했다. 황금성대 "흐음. 안타깝군. 아가씨라고? 그럼 나이도 젊을 텐데 벌써 죽어야 하다니." 황금성대 주유성이 인상을 썼다. "아니죠 죽다니요. 재발했어도 해독제를 복용하면 산다면 서요? 독곡에 해독제가 있는데 왜 죽어요?" 황금성대 "그렇지는 하지만 해독제는 워낙 귀해서 아무에게나 쓸 수 는 없다네." 황금성대 "사람에게 쓸 수 없는 약이면 그게 어떻게 약이에요? 그 아 가씨가 죽는다니까요? 설마 약값이 아까워서 그래요?" "주 공자 공자가 오해하는군. 만성혈천지독에 대한 해독 황금성대 제는 돈으로 사는 물건이 아니야. 우리 독곡에도 재고가 딱 삼 회분밖에 없다네." 황금성대 "세 개나 있으면 한 개 줘도 되겠네요." "아니지 이 독은 내공이 어느 정도 높아도 재발하는 경우 가 있다네. 장로급 정도가 되면 자신의 몸에서 몰아낼 수 있 황금성대 지만 무공이 약한 제자는 어렵지. 그런 제자가 재발하면 우리 로서는 해독제를 써서 낫게 해야 해. 그리고 약의 수급은 어 렵고 환자는 간혹 발생하니 삼 회분의 해독제라도 남아 있는 황금성대 경우가 드물어. 어떨 때는 제자 중에 환자가 나왔는데 해독제 의 재고가 전혀 없을 때도 있다네." 황금성대 "그러니까 내놓으라고요. 환자가 나왔으니 써야죠." "답답하네그려. 시녀를 위해서 쓸 수 있는 약이 아니라고 했잖은가? 그 약은 우리 독곡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위해 황금성대 서 아껴둬야 하는 약이란 말일세. 어차피 누가 써도 쓸 약 누 군가를 살린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을 살려야지." 황금성대 주유성이 목을 한 바퀴 돌렸다. "독곡이 사람 차별하는 꼬라지하고는." 황금성대 곡주가 눈살을 찌푸렸다. "주 공자 말을 함부로 하는군. 아무리 그대가 우리 땅에서 명성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내 앞에서까지 그럴 수는 없지. 여 황금성대 기서는 내 명령으로 안 되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황금성대 두 사람이 대천진에 서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비검맹이라고 강호의 법도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법 참관인으로 온 화산파의 인물들은 비검맹의 대천진 통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던 까닭이다. 그들뿐이 아니라 황금성대 불러 모은 매화검수 삼십 명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중이었다. 뛰어난 명성을 가진 몇몇 고수들에게도 관전의 길은 열려 있었다. 물론 이 싸움에 영향을 주지 않을 자들에 한해서다. 대천진이 훤히 보이는 언덕 하나가 완전히 황금성대 개방된 상태 새벽부터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무인들이 보였다. "저기 옵니다." 황금성대 "그래." 매한옥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한 사람의 모습이 걸린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비무 신청자인 청풍이 관도를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황금성대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이길 수 있을까?" "이겨야지요. 져서야 되겠습니까." 황금성대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하운과 매한옥의 얼굴에는 심각한 우려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황금성대 장강무적을 칭하는 파검존 그리고 이쪽은 강호신성인 청홍무적 질풍검. 누가 봐도 육극신을 위로 봐줄 수밖에 없다. 걱정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그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황금성대 터벅 터벅. 그러나 정작 청풍은 산책이라도 나온 듯 편안한 신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황금성대 하얀 옷에 그려진 노을 빛 화산 산수의 문양의 그의 사문(師門)을 보여준다. 좌청룡 우백호의 쌍검과 등 뒤에 비껴 맨 열십 자 주작 현무가 여전히 훌륭한 신기(神氣)를 뿜어내고 있었다. 황금성대 화악! 공기가 바뀌었다. 황금성대 청풍이 대천진 한가운데 선 직후였다. 벌써부터 싸움이 시작하기라도 한 것 같은 긴장감이 온 땅 위에 퍼져 나갔다. 촤아아아악! 황금성대 청풍이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다. 팽팽하게 잡아둔 바람 사이로 새벽 안개 저편으로부터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살얼음이 부서지는 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황금성대 "온다.....! 육극신이다." 거대한 무엇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모습조차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그의 접근을 알아챌 수가 있었다. 그만큼 굉장한 기파다. 대천진 전체를 날려 버리겠다는 듯한 패도적인 기운이 이처럼 먼 거리까지도 전해질 정도였다. 황금성대 촤악! 쫘작! 쫘자작! 육극신의 기함이 대천진 선착장에 당도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황금성대 육극신의 기함 검형. 그 규모와 무장은 오히려 이미 닻을 내리고 있는 마령선이나 괴암보다 못해 보였지만 그래도 검형은 명실 공히 비검맹 최강의 전선이었다. 육극신이 오직 그 안에 있기에 오직 그 사실만이 검형을 비검맹 최강 전선이라 부르게 만드는 이유였다. 황금성대 퍼얼럭! 하늘 위 어딘가에서. 장포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선체를 가리고 있는 안개 위쪽으로 마침낸 모습을 드러내는 육극신이다. 안개를 밟고 선 모습이 마치 구름 위의 천신이 강림한 것만 같았다. 텅! 청풍은 갑판을 박차는 소리로부터 과거 기억의 재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안개가 그 모습을 희미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그때와 다를 것 없는 풍경 물 위에 내려서는 육극신의 모습을 그 누구보다 명확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저벅 저벅. 희미하게 다가오던 그림자가 뚜렷한 윤곽으로 다가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육극신의 발걸음을 하나하나에 안개가 걷혀 나가기라도 하는 것 같다. 장강 저편에서 동터오는 여명에 그들의 모습을 커다랗게 비추고 있었다. 쿠웅. 삼 장 거리. 청풍의 앞에 선 육극신의 위용은 여전히 놀라울 따름이다. 무력의 화신. 개세무적의 힘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왜인(矮人)의 복식에 가까운 전포(戰袍) 역시 똑같다. 넓게 흩날리는 주홍색 장포 위에 검은 색의 칼날 무늬가 화려했다. "질풍검인가." 황금성대 목소리만으로도 중압감을 배가시키는 능력을 지녔다. 뿌리부터 흔들어대는 위력이다. 상을 에던 기파를 온몸으로 받아내던 청풍이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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