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그에겐 미처 여유가 없어 보였다. 백경 매화검수 하운. 뛰쳐 든 세 명의 철기맹 문도들을 맞이하여 검공을 전개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백경 ‘위험하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다가오는 이는 이들 철기맹 문도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시무시한 기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백경 “조심! 방어를!” 어쩔 수 없이 발한 외침이다. 싸움의 와중에서도 느껴지는 누군가의 눈초리. 백경 나설 때와 나서지 않을 때를 분간하라는 눈빛이다. 이 척후의 지휘자는 어디까지나 하운이니 청풍이 나설 입장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어쩔 수 없어.’ 백경 다른 이들이 어떤 생각을 품었든 상관 없다. 급하기만 한 청풍의 마음. 백호검 검자루를 꽉 쥐고는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백경 “이쪽으로! 시야를 확보하고 습격을 대비해야 합니다!” 청풍의 낭랑한 경호성. 백경 막 철기맹 문도들을 쓰러뜨린 하운이 청풍을 돌아본다. 일개 보무제자이니 주제넘은 짓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일지. 그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질책하는 한마디를 던졌다. 백경 “조용! 경동할 때가 아니다!” 청풍과 하운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쳐 불꽃을 튀었다. 백경 먼저 고개를 돌린 것은 청풍. 하운의 시선을 피한 것이 아니다. 다급함이 극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왔다.......!’ 백경 촤아악! 풀숲을 가르며 나타난 자. 백경 청풍이 바라본 방향. 강맹한 검격이 잔인하고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백경 “흡!” 헛바람을 들이키는 소리. 백경 치잉! 카가각! 귀신처럼 다가드는 그 신형에 화산 제자가 뒤로 물러난다. 선연한 핏물이 하늘로 튀어 오르고 휘청거리는 화산제자. 백경 스각! 퍼벅! 검광이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가슴을 꿰뚫으며 빠져나갔다. 백경 털썩. 쓰러지는 화산 제자의 몸 위 이제 망자(亡者)가 되어 버린 그 시체를 오연하게 내려다보는 사람이 있다. 백경 냉막한 인상이다. 백발을 늘어뜨리고 주름진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을 지녔다. 백경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본다. 열리는 입. 진득한 살기가 그 목소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누군지 궁금한가. 내가 백검천마 종리굉이다.” 백경 “!!” 압도적인 기도. 백경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이라도 되는 듯 누구하나 미동할 수 없게 만드는 힘 앞에 매화검수 하운조차도 앞으로 나서지 못한다. 백검천마. 백경 그도 그럴 만하다. 백검천마의 이름은 그야말로 무겁기 그지없었으니. 사해에 떨쳤던 악명(惡名) 전대의 거마(巨魔)로서 그 잔혹한 손속과 상대를 가리지 않는 무자비함에 무림 공적으로 선포된 지 수십 년이다. 백경 하운이나 청풍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강호에 자자했던 고수로 백검문(白劍門)이라는 좌도문파를 이끌면서 수많은 살업을 쌓았다. 게다가 그 무공도 고절하기 짝이 없어 구파의 장로들을 훨씬 상회 한다고 알려져 있는 자였다. 백경 ‘이런 자가.......!’ 백검천마 종리굉이 매화검수 하운을 비롯하여 제자들을 하나 씩 쳐다보았다. 백경 무시무시한 시선. 죽음의 환상을 보여줄 것 같은 막강한 살의(殺意) 앞에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 백경 촤악 하고 자전검을 휘둘러 묻어있던 화산제자의 선혈(鮮血)을 뿌려낸 종리굉.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하나다. 다음은 누굴까. 기다려라. 한 놈씩 죽여주마.” 백경 한 마디를 남기더니 그대로 몸을 돌린다. 등을 보인다? 백경 사라질 요량인가. 그렇다. 백경 순식간에 푹 꺼지듯 풀숲 사이로 없어져 버린다. “무슨.......!” 백경 한 사람씩 죽인다고 했다. 다시 오겠다는 이야기. 백경 충격적인 첫 공격과 당혹스런 퇴장. 이 경악스런 사태를 믿기 어렵다. 그러나 처참하게 죽은 제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분명한 실재(實在)였다. 백경 이글이글 끓고 있는 마음에 하운이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명령을 내렸다. “전진........추격한다.” 백경 추격. 누구를 쫓나. 백경 물론
고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 백경 다. 조용하던 객잔이 그들로 인해 시끌벅적했다. 백경 "하하하! 이리로 앉게나." 단사유가 모습을 드러내자 막고여가 그를 불렀다. 그는 이미 술을 꽤 백경 많이 마셨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도 호 탕한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에 단사유가 미소를 지었다. 백경 이 호탕한 국주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은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백경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 게 만들었다. 단사유의 아버지 역시 보기 드문 호한이었다. 탈영병인 백경 주제에 무엇이 그리 당당한지 그는 항상 웃음을 입에 달고 살었다. 백경 비록 실속이 없어서 궁벽한 궁가촌에서벗어나지 못했으나 그래도 인 간적인 면에서 그를 따라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백경 철마표국의 국주인 막고여가 그런 호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백경 '이 양반도 어지간히 실속이 없겠군' 아버지는 평생 실속없이 살았다. 왠지 모르지만 막고여 역시 그럴 것 백경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경 "형님 많이 취하셨습니다." 그때 막준후가 막고여를 말리며 웃음을 지었다. 백경 단사유는 내심 고개를 저었다. 백경 '한 가지는 다르구나. 아버지에겐 저 사람과 같은 동생이 없었으니 까. 아버지 같지는 않을 거야. 저리도 사리 판단이 분명한 동생이 곁 백경 에 있는 한은....' 백경 막준후의 모습을 보고 단사유는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 그만큼 막준 후는 막고여 곁에서그가 빗나가지 않도록 잘 조절하고 있었다. 이토 백경 록 죽이 맞는 형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아마 저 형제가 같이 붙 어 다니는 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백경 "벌써 과음하셨나 봅니다." 백경 "그렇다네. 벌써 독한 죽엽청이 세 병째라네. 모용세가를 다녀온 이 후로 긴장이 풀리신 모양이네." 백경 "그럴만도 하지요." 백경 단사유는 웃음을 지으며 막준후의 곁에 앉았다. 그러자 막고여가 술 잔을 건네며 말했다. 그는 여전히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 백경 다. "어서자네도 들게.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은 날일세. 하하하!" 백경 단사유는 사양하지 않았다. 그는 주는 대로 넙죽 받아 마셨다. 그러 백경 자 막고여가 더욱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햐~! 정말 잘 마시는군. 정말 내 마음에 든다니까. 하하하!" 백경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막고여의 모습에 막준후가 고개를 절래 흔들었 백경 다. "하여간 술만 들어갔다 하면 이러니 자네가 이해를 하게." 백경 "아닙니다. 보기만 좋은데요. 그런데 막 대협께서는 언제까지 이곳에 머무실 작정이십니까?" 백경 "일단은 며칠 더 머물러야 할 것 같네. 모용세가에서 의뢰할 표물이 백경 있다고 했으니까. 여기에 더 머물면서 그들이 부르길 기다려야지." "그렇군요." 백경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표물을 운반하면서 돌아가는 것이 훨씬 이 백경 득이 남는 장사였다. 철마표국으로서도 모용세가의 제안이 나쁠리 없 었다. 당연히 그들은 며칠을 더 기다려서 모용세가에서 나오는 표물 백경 을 수송하기로 했다. 더구나 표물의 목적지가 철무련이었다. 이번 기회에 철무련의 담당자와 안면을 틀 수도 있었기에 들은 기꺼운 마 백경 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백경 "자네는 이제 어떡할 텐가? 목적지가 이곳이라더니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가?" 백경 "글쎄요. 지금은 없지만 곧 나타나겠지요" "그게 무슨 말인가?" 백경 "그런 게 있습니다." 백경 단사유는 즉각적인 대답을 피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에 막준후가 피 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백경 "거 사람하고는... 그래도 그 웃음 하나만큼은 형님 말씀처럼 일품 이군." 백경 "
속하여 고갈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백경 "하아.... 하아.....!" 그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끊기지 않고 뿜어져 나왔다. 백경 아름드리 나무 하나를 등지고는 숨을 골랐다. 그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이 좁은 섬 안에서 이 상태로 이틀 밤낮을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 섬 지형 대부분이 구릉이라 숨을 곳도 마땅치 않아. 다른 무인들과 합류해야만 한다.' 백경 군산에 들어온 무인들은 많다. 경황 중에 동정호를 건너오면서도 무림인들을 실은 배를 몇 척이나 보았던 장현걸이다. 그들이 군산말고 달리 가는 곳이 있지도 않을 터 분명 이 섬 어딘가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군산에 왔다면 그들이 있을 곳은 단 한 곳으로 정해져 있었다. '상비사(湘妃祠)밖에 없다.' 백경 무림맹의 개맹식이 열리기로 했던 곳이 바로 상비사다. 소상반죽의 슬픈 전설이 어려 있는 만리동정의 명지. 무인들이 그곳으로 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상비사로 가야 해.' 백경 지금으로서는 그곳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뒷길은 막힌 지 오래다. 백경 용케 선착장에 도착한다 해도 타고 나갈 배가 있을 리 만무했다. 비관적이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상비사란 곳이 무림맹의 개맹식 장소라는 사실이다. 백경 무림맹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를 주축으로 한 맹회인 바 그런 곳에 오는 무인들은 하나같이 문파를 대표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단심맹이 아무리 기승을 부린다 해도 능히 방어할 수 있는 고수들이란 이야기였다. "후우.... 후우.....!" 백경 숨을 고르며 내력을 도인했다. 입에서 만이 아니라 이제는 온몸에서 하얀 김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군산은 작아. 신법을 최대로 펼치면 상비사까지 일다경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백경 비관적으로만 보아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마음부터 가다듬어야 살 수 있다. 일단은 눈앞에 있는 관군들의 벽을 돌파한다. 그 다음은 그 이후로 생각하기로 했다. 백경 '가자!' 장현걸이 아름드리 나무 뒤에서 뛰쳐나왔다. 백경 땅을 박차고 달리는데 그 속도가 전에 없이 대단했다. 적들의 반응도 빨랐다. 기다렸다는 듯 화살비가 날아들었다. '맞아줄쏘냐!' 백경 만리추풍의 개방비전이었다. 취팔선의 묘리를 구사하며 화살들을 피해냈다. 피하지 못할 것 같은 화살들은 타구봉과 단심궤를 휘두르며 쳐냈다. 백경 비산하는 화살들 사이로 반대푠 과목 숲이 가까워 왔다. 추위를 막기 위한 털옷과 얇은 갑주들을 착용한 관병들의 모습들이 빠르게 확대되었다. "비켜라!" 백경 화살 두발이 장현걸의 어깨와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엷게 번지는 핏물. 백경 날카로운 고통들은 얼어붙은 몸에 차라리 활력이라 할 수 있다. 그대로 돌진하는 장현걸이다. 그의 몸이 관병들 사이로 깊게 파고들었다. 백경 퍼어억! 타구봉에 얻어맞은 관병 하나가 땅을 굴렀다. 묵직한 위력이었다. 지체없이 몸을 휘돌리며 비서각 일초를 펼쳐냈다. 백경 빠악! 발끝에 걸리는 느낌이 둔중했다. 머리를 가격당한 관병이 그대로 꼬꾸라졌다. 백경 '이놈들은....!' 단숨에 두 명을 쓰런뜨린 장현걸이다. 백경 기세를 올려서 한꺼번에 제압하려고 했지만 적들의 반응이 예상밖이다. 그의 눈이 기광을 띠었다. '동요하지 않는다! 군인들이되 군인들이 아냐!' 백경 두 사람이 쓰러졌는데도 별반 당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두 명 잃는 것쯤이야 별것이 아니다. 그런 느낌이었다. 백경 '설상가상이로군!' 조금이라도 당황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백경 침착하게 활을 거두어들이며 자세를 가다듬는 적들이다. 접근전이었다. 적들이 일제히 도갑을 치켜들며 장비하고 있던 군용박도(軍用朴刀)를 빼 들었다. 백경 '무인 관병이 아니라 무인들이다!' 군인으로서가 아니라 무인으로서 키워진 자들이었다. 백경 복식과 군율의 관군의 그것이되 싸움에 직면한 모습은 강호인의 그것이었다 게다가 적들은 그들뿐이 아니었다. 백경 관병들 뒤편으로부터
는 보장은 없었다. 그만큼 거한의 무공 수위는 절대적 이었다. 사실 그를 죽이고자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백경 그는 어디까지나 탑달 라마를 따르는 인물일 뿐 천하에 그 어떤 위해 도 끼친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아니 지옥불사강시 한 구가 그의 손에 백경 죽었음을 생각하면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다 할 것이다. 당장 미쳐 날 뛴다고 그를 죽일 수는 없었다. 백경 요컨대 산 채로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어려웠다. 백경 일단 한번 흉성이 격발된 거한은 이성을 찾지 못하고 미쳐 날뛰었 다. 그 때문에 대홍촌의 외곽이 완전히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 백경 쳤다. 그 모두가 며칠 전의 일 때문이었다. 백경 탑달 라마와 함께 종남산으로 돌아온 이후 현무겸은 끓어오르는 호 백경 기심을 참지 못하고 거한에게 집중을 했다. 그가 발견된 곳과 그의 상태에 호기심을 보이던 그는 기어이 탑달 백경 라마의 허락 하에 거한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내력을 그의 몸에 집어 넣어 보기도 하고 각종 금침대법을 이용해 몸의 상태 또한 점검했다. 백경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마치 거대한 바위에 조그만 돌을 백경 던진 것처럼 거한의 상태는 변함이 없었다. 탑달 라마는 그의 상태가 예전보다 호전된 것이라고 했다. 예전의 백경 그는 자신의 존재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살아 있는 인형 같은 존재였 다. 백경 탑달 라마는 거한을 처음 발견했을 때를 회상하며 말했었다. 백경 "그에게 펼친 것은 반시술(反屍術)이라고 하네. 본교의 법력이 높은 고승들이 열반하면 그들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술법이었는 백경 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인체의 구조를 이해하고 구명(求命)을 위 한 보조 수단으로 발전했다네. 내가 이 친구를 발견했을 때 거의 빈사 백경 지경(瀕死地境)이었다네.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진 데다 육신에 극 심한 중상을 입어 그야말로 살아 있는 시체나 다름없었네. 아마 그냥 백경 두었다면 분명 죽었을 게야. 처음엔 그냥 그를 위해 염불이나 해 주려 고 했네. 허나 나를 바라보는 한 줄기 애처로운 눈빛이 내 발목을 붙 백경 잡더군. 그는 눈으로 말하고 있었네. 반드시 살아야 한다고. 자신은 반 드시 살아야 한다고. 그런 그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네. 마침 그 백경 의 품속에는 천하의 영약으로 알려진 산삼이 있었다네. 반쯤 으깨졌지 만 그것은 산삼이 분명했다네." 백경 탑달 라마는 거한에게 산삼을 복용시키고 반시술을 펼쳤다. 백경 그것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나머지는 하늘의 뜻을 헤 아리고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백경 그는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백경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살아나지 못한다면 그것도 그의 운명이고 살아난다면 그것 역시 그의 백경 운명이라 생각하면서. 그리고 거한은 운명처럼 살아났다. 백경 탑달 라마는 기적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가 반시술을 펼쳤으되 살아 백경 난 것은 순전히 거한의 의지였다. 죽지 않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아직 세상에 남은 한 줄기 미련이 그 백경 의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백경 그렇게 거한은 살아났다. 하나 반시술의 부작용인지 그의 정신은 혼 돈에 빠지고 말았다. 끝도 보이지 않는 미망에 빠져 그는 자기 자신조 백경 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백경 탑달 라마는 그런 거한에게 황교의 심법과 무공을 전수했다. 혹시라 도 무공을 익히면서 온전한 정신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말이다. 다행 백경 히도 거한의 무공에 대한 자질은 거의 천재적이었다. 하늘이 내려 줬 다고밖에 할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무공을 습득했다. 그러나 한번 미 백경 망에 빠진 그의 정신은 온전하게 돌아오지 않았다. 미망과 혼돈을 거 듭하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백경
모르고 찾아들어 온 몇몇 사람을 처 백경 치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마 촌장의 비굴한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백경 사교문이 고갯짓을 하자 부채주인 담상현이 마 촌장 일행을 데리고 백경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자 사교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주위에 아 백경 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채로 걸음을 옮겼다. 백경 안채는 그의 거처로 그 누구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었다. 사 교문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거처의 문을 닫았다. 그리 백경 고 그늘이 드리워져 어두운 쪽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백경 "소인 사교문이옵니다." "무슨 일이냐?" 백경 어둠 속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경 사교문은 감히 고개를 들 수 없다는 듯이 더욱 고개를 숙였다. 구유채의 수하들이 봤다면 기경할 만한 광경이었다. 사교문이 바로 백경 구유채의 채주였다. 이곳에는 그보다 높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사교문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것도 극존칭의 자세로. 백경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이 구유채의 안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백경 그러나 사교문은 전혀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 있는 남자는 자신에게 충분히 존경 받아 마땅한 자였다. 백경 이제까지 강호를 떠돌며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던 그를 단 일 수 만에 백경 무릎을 꿇린 자였다. 그의 뜻에 따라 구유채를 설립하고 생리에도 맞 지 않는 총채에 고개를 숙였지만 그는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그만큼 백경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남자의 존재는 엄청났으니까. 백경 사교문은 최대한 공경스런 태도로 말문을 열었다. "예정된 공사의 팔 할이 끝났습니다. 앞으로 한 달만 기다리면 수채 백경 의 공사가 왼료될 겁니다." 백경 "한 달이라... 조금 더 서두르도록. 조만간 그분께서 내려오실지니 이곳은 그분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다." 백경 "알겠습니다. 좀 더 독촉하겠습니다." 백경 "배는 어찌 되었느냐?" "이미 세 척이 건조되었습니다. 이미 시범 운행을 성공적으로 마쳤 백경 습니다." 백경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 배다. 충분한 선박이 확보되어야 만 한다. 그러니 무엇보다 배를 건조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도록." 백경 "명심하겠습니다." "너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백경 순간 사교문의 얼굴에 감격의 빛이 떠올랐다. 그는 더욱 깊숙이 고 백경 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르신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더욱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사 백경 옵니다." 백경 "음! 그건 그렇고 밖이 시끄럽더구나." "사소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마가촌에 외인이 들어와 행패를 부린 백경 모양입니다. 그래서 부채주를 보내 처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백경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야. 지금은 그 누구의 관심이나 방해를 받아 서도 안 되느니." 백경 "물론입니다. 그래서 부채주를 보낸 것입니다. 그라면 확실히 처리 할 수 있을 겁니다." 백경 "좋아!" 백경 어둠 속의 목소리에 매우 만족스런 기운이 떠올랐다.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교문은 그가 만족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 백경 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백경 "저는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음! 명심하거라. 그분께서 오실 날이 멀지 않았음을. 그때가 되면 백경 중원은 하늘 위에 또다시 하늘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야." "물론입니다." 백경 사교문이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백경 '나의 몸에 흐르는 피의 반은 드넓은 초원의 것임을 잊지 않았습니 다.' 백경 장강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만의 비밀이었다. 백경 마 촌장은 마을로 돌아가기에 앞서 구유채를 구경했다. 백경 구유채에는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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